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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케의 시공간/리케의 맛집 리뷰

인천 연수동 중국 요리 맛집 <진사부>에 가다.

by 리케 2023. 5. 11.

송도에 사는 친구와 함께, 연수동의 명소 <진사부>에 다녀왔다.

5시만 넘어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는 곳인 데다가, 이전보다 작은 곳으로 장소가 옮겨져서 테이블 수가 줄었다고 들었다. 괜한 마음에 오후 3시, 오픈 시간에 맞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진사부 정면에서 찍은 사진. 소박하지만 전통 맛집의 포스를 진하게 풍긴다. 특히 직접 써서 덧붙여져 있는 메뉴들을 보면, 셰프가 제철 재료들을 골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로 간판으로 오향 장육을 대표 메뉴로 적어놓을 만큼, 이 곳의 오향 장육은 연수구에서 유명하다. 나 역시 정말이지 한 번 쯤은 꼭 맛보라고 권하고 싶다.

소박해 보이는 중식집이지만 인천 내에서는 굉장한 명소인데다가, 나이 지긋한 사장님께서 이전에 호텔 셰프 출신이셨다고 들었다. 나는 5년 전쯤 다른 장소에서 영업을 할 때 갔었고, 오늘이 그 이후 2번째 방문이었다.

이전과는 달리 패드로 주문할 수 있도록 바뀌어져 있었다. 이런 현대적인 변화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의 동네 맛집 같은 느낌은 여전하다.

진사부에서 반드시 맛보아야 할 음식이 있다. 바로 오향 장육과 어향 가지.

어느 중국집에나 있는 메뉴일 지 모르지만, 이 곳에선 정말 특별한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다.

요리가 준비되는 동안 기본 안주와 주문한 연태고량주, 그리고 맥주.

일단 연태고량주와 맥주를 하나 시키고, 서비스로 나오는 오이계란탕을 맛보았다.

오이계란탕을 처음 먹어봤을 때에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뜨거운 탕에 오이라니!!!!???? 그러나 맛을 보고 나서 나는 스스로의 무지함을 탔했다. 뜨거운 탕 안에서 아삭이는 얇은 오이, 보들보들한 계란, 그리고 부재료로 작은 조갯살, 살짝 볶은 돼지고기, 부드러운 알배기 배추잎사귀.. 이것으로도 최고의 안주이다. 기본 안주이긴 하지만 추가를 원할 때에는 별도로 주문해야 한다. (6천원대에 판매, 매우 저렴하다) 

뜨겁게 나오는 기본 안주, 오이 계란탕. 기본 안주라고 퀄리티를 우습게 보면 절대 안된다.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만 하나 하나 좋은 식재료이기 때문.
조개 젓갈에 쓰는 작은 조갯살들이 들어있는데, 크기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쫄깃하고 고소하다. 너무 맵지도 않고, 간이 세지도 않은데 자꾸만 손이 갔다.

 

연태고량주 한잔과 오이계란탕을 맛보고 나니, 기다리던 첫번째 안주인 오향 장육이 나왔다.

중국 향신료를 곁들인 매콤 새콤한 간장소스 (고추기름 향이 강하다)에 부드럽지만 차갑게 식혀 얇지도 두껍지도 않게 적당히 썰어나오는 돼지고기 (어느 부위인 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족발 냉채의 순살 같은 맛이었다.)거기에 제철 대파를 훌륭한 두께로 채썰어서 오이와 양파, 향신 채소류 들과 적당히 곁들여 먹는다... 이제껏 먹어본 적 없는 정말 훌륭한 요리이자 안주!! 행복감을 느꼈다.

올해 들어 가장 맛있게 먹은 요리로 꼽겠다. 장사부의 오향장육. 이번 달 안에 이걸 먹으러 또 방문하려고 결심했다. 사진만 봐도 얼마나 재료들이 신선한 지 알 수 있다.

오향 장육을 1/3쯤 먹을 즈음, 어향 가지가 나왔다.

두껍게 썬 가지를 전분가루로 바삭하게 튀겨내고 , 도무지 어떻게 만들었는 지 알 수 없는 미치도록 맛있는 매운 소스에 버무려져 나온다. 태국 혹은 베트남 고추가 가득 들어있고, 매운 청고추도 얇게 잘라 들어있으며, 거칠게 다진 돼지 고기 맛도 일품이다.

낮시간이지만 반주를 곁들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어향 가지 때문이라고 우겨본다.

봄에도 좋지만 특히 겨울에 호호불어 먹으면 일품인 뜨거운 어향가지. (많이 뜨거우니 냉채를 먹으며 조금 식힌 후 먹을 것을 권장한다) 맵기도, 소스의 농도도 그리고 가지의 튀김옷, 튀긴 정도까지.. 한결 같이 내 취향. 특히 애주인이라면 한번쯤 먹어보길 적극 권하겠다. 강렬한 소스지만, 가지 특유의 부드럽고 건강한 맛까지 느낄 수 있다.

친구와 나는 47분만에 두 가지 요리를 깨끗하게 먹어치우고, 반 이상 남은 연태고량주를 포장해서 나왔다.어째서냐 하면, 요리가 너무 맛이 있어서 술을 마시는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이다..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늘 조잘대는 우리 둘은 여기서 요리를 먹을 때 만큼은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열심히, 그리고 아주 맛있게 마지막 한젓가락까지 만족스러운 시간었다. 우리는 이번 달 내로 이 곳을 한번 더 방문해서 다른 요리도 맛보기로 했다.

 

그럼 , 다음 방문 때에도 장사부의 다른 메뉴로 리뷰를 남기도록 하겠다.

(하지만 오향 장육은 디폴트이므로 다시 먹을 예정이다:)

봄철의 즐겁고 행복한 오후 한때의 미식 타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