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지금 여기, 이 순간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리케의 식물 이야기/플랜테리어

바질 트리 두 그루로 풍성해진 베란다 플랜테리어

by 리케 2023. 5. 17.

 

어젯밤에도 새벽까지 베란다에서 글을 쓰거나 음악을 듣거나, 화분 배치를 바꾸며 조용한 시간을 가졌다. 플랜테리어를 위해 새벽 배송으로 주문한 화분이나 비료, 흙 다양한 소품들을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되었다. 그렇게 늦게까지 놀고,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아빠가 해물칼국수를 먹으러 가자고 깨우셨다. 칼국수를 먹고 돌아오는 길에 동네에 제법 큰 화원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금은 허탈한 마음..이제껏 온라인 배송으로 받은 플랜트가 얼마나 많은데...오프라인 매장이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반성하는 마음으로? 들어가서 구경을 하고 바질 트리 두 개를 구입했다!! (이렇게 내 퇴직금과 실업급여가 졸졸졸 새어나가고 있다 :)

저녁에 분갈이를 마친 바질 트리 시스터즈. 귀엽고 앙증맞은 사탕 머리의 수형을 하고 있다.

분갈이는 저녁쯤 해주라고 해서 기다렸다 했는데, 햇살이 좋은 오후에 이 아이들을 창가에 놓고 싶어서 베란다 플랜테리어에 또 손을 댔다. 하루에 두 세번씩은 여기저기 옮기는 것 같다. 어차피 환기나 물주기, 일광욕 때문에 아이들을 이리 저리 옮겨야만 하는 것이 홈 가드너의 운명인 것. 사실 매우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 바질 트리 두 그루를 놓아 주니 베란다 탁자 분위기가 확 달라져 버렸다.

가장 볕이 잘 드는 창 앞에 놓여진 바질 트리. 그 앞으로 고사리와 제라늄 등.

볕이 잘 드는 창 앞에 바질 트리를 놓고 분위기를 보았다. 앞으로 어떻게 플랜테리어에 이용할 지 보려는 심산이었는데, 너무 예뻐서 활용이고 뭐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냥 이 아이들 둘로 베란다 테이블이 싱그러워졌다. 게다가 어쩐지 세련된 분위기도 연출되는 것 같다. 조금 설명을 곁들이자면 바질 트리 앞에는 솜사탕 고사리이고 그 앞에는 핑크 클라우드 제라늄이다. 제라늄과 고사리 옆으로는 통풍용 큰 창이 있는데 가장 바람이 좋은 곳이라 허브 종류를 놓아 주었다. 창가에서부터 스위트 바질, 로즈마리 그 앞으로 잉글리시 라벤더. 허브 앞에 커다란 화분은 엊그제 분갈이한 엔들리스 썸머 수국이다.

해질 무렵 불을 밝힌 베란다의 조명.

오늘 분의 폭풍 분갈이를 마친 후 보니, 어느샌가 냥이가 테이블 옆에서 잠들어 있었다. 조명등을 켠 후, 그 옆이 너무 허전히 보여서 예전에 엄마가 사둔 고대 그리스의 기둥 같은 것을 찾아내어 그 위에 라임라이트 수국 외목대 화분을 놓았다. 이렇게 높이 올려 놓으면 고양이가 먹을 수 없어 일석 이조다. 수국은 고양이에게 중독성 물질이 있어서 잎을 뜯어 먹으면 구토, 불안, 우울 증상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니 애묘인들은 수국에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해질 무렵에 또다시 조금 변화를 준 베란다 플랜테리어 ^^

해질 무렵에는 또 이것저것 옮겨 가며 분주히 분위기를 바꿔보았다. 탁자 조명을 켜고, 좋아하는 플리를 틀어놓고 해질녘의 분위기를 한껏 감상했다. 어쩐지 쓸쓸하기도 하고 고요해서 더욱 아름다운 저녁 풍경이었다.

오늘 분갈이한 그린 부케 제라늄
분갈이를 마치고 물 먹을 때를 기다리는 바질 트리와 제라늄들.

수요일인 오늘은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일이어서, 분갈이하랴 청소하랴 분리 수거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매일 쓰기로 한 포스팅도 12시가 다 되어 적고 있다. 오늘 분갈이한 저 아이들은 내일 아침에 햇살이 들어올 즈음에 물을 주려고 한다. 안정을 취하고 새로운 공간에 적응할 시간을 줘야하니 말이다. 

 

오늘도 하루를 열심히 살았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날들인 것 같다. 앞으로 뭘 할지,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그런 건 잠시 생각을 접어 두고 좋은 것들을 보고, 흙을 만지고, 식물들과 교감하고 싶다. 오늘밤은 잠이 잘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