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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케의 시공간/10줄 일기와 에세이

쇼트 에세이#1 "애도"와 "과로"의 실체적 결과

by 리케 2023. 5. 19.

내가 내 몸에게 너무했다.

아무리 공허하고 슬픈 애도 기간이라고 해도 몸의 입장에선 자신에게 과도할 정도로 데미지를 입히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고, 하늘나라로 간 냥이를 애도하기 위해서라고 핑계를 대며 과도한 셀프 인테리어 작업에 몰입했다. 매일 식물과 화분을 사들이고, 분갈이를 했으며 허리디스크를 무시한 채 무거운 가구들을 옮겨댔다.

처음에는 목이 아팠고 그 다음엔 허리가 아팠다. 그리고 곧 한쪽 다리가 저릿저릿 하기 시작했다. 허리 디스크가 강하게 의심된다. 

 

척추 전문 병원에 두 번을 예약하고 두 번 다 펑크를 냈다.

발치를 해야 하는 잇몸 통증도 계속해서 무시하고 있다. 그 쪽 역시 두 번 예약, 두 번 취소.. 

그 결과, 이 실체적 증상들로 몸이 내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나는 하루 8시간 이상 플랜테리어에 몰입하고, 가드닝 작업을 하고 저녁 식사 준비를 3시간 씩 하는 이 과도한 몰입에 조금씩 힘을 빼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결심까지는 아니지만 내 애도의 힐링의 방식에 대해서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애꿎은 생명을 죽일 수는 없으니, 분갈이가 필요한 화분 4개를 내일 마무리하고 그 때문에 흙투성이가 된 내 방 베란다를 깨끗이 청소한 후, 당분간 플랜테리어 작업은 아주 조금씩만 해 나가도록 하겠다.

 

적당히 하자..내가 누군가에게 잔소리를 할 때 늘 하던 말인데.. 이젠 나 스스로에게 잔소리가 필요하다.

애도도, 힐링을 위한 취미 생활도 적당히 하도록 하자. 귀하의 정신세계 만큼, 이번 생을 살라고 주어진 이 몸뚱아리도 소중하니까 제발..제발 좀 적당히 하고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길. 

 

마그네슘, 비타민, 유산균을 챙기러 가야겠다.

 

플랜테리어를 거의 마쳐 가고 있는 베란다 온실